카나낙 파도의 별 w.마유

온 시선이 따끔거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땀이 마른 자국 위로 또 다른 땀방울이 자취를 쫓아 흐르고, 감히 눈을 깜빡일 수 조차 없게끔 뜨거운 스포트라이트가 흐린 망막에 가닿아 부서진다. 한 사람을 둘러싼 빛줄기가 사금파리마냥 흩어지고 다시 모이기를 반복했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던 상냥한 파도는 관중들을 평화로이 침몰시켰고, 회갈색 머리의 소녀는 들이차는 물에 호흡도 잊고 별이 부서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름답고, 참혹하며, 끊임없이 서글픈.
혀가 아릴 정도로 쓰고 짠 눈물의 농도는 바닷물과 같은가.
당신의 바다는 잘 있나요? 나의 바다는 이미 일정량을 초과했답니다. 잔잔한 해수면에 당신이 비춰지는 순간, 속절없이 나는 일렁이는 당신에게 쏟아질지도 몰라요.
. . .
소녀는 노랫소리에 둘러쌓인 채 잠기기를 택했다.
카나타 씨, 알고있어요? 당신과 나의 바다 밑바닥에는 버려진 전화 부스가 있는데, 늘 귀를 기울여 무언갈 들으려고 애써요. 하지만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건 푸르른 해초들이 부유하는 소리와 녹슨 수화기 너머의 신비한 목소리 뿐.
상냥한 노래소리. 모두가 속절없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그런 목소리를 가진 당신은, 괴물이 되기 싫어 도망친 나와는 달리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으면서 스스로 괴물을 자처하기에 화가 났어요. 그러나 흩어져가던 나의 선율은 당신에 의해 이어졌고, 물에 잠긴듯 먹먹하게만 울리던 노래는 사람의 온도를 얻었죠.
그런데 어째서 당신이 그런 취급을 받아야만 했을까요. 《해신전》의 모든 관객들의 눈동자에는 사실상 분노와 참혹함만이 가득했어요. 그래도 나만은 알 수 있었어요. 잠시 맞닿았던 온도는 조금 미지근하게 따뜻했고,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호흡하는 당신은 결코 괴물이나 신이 아니란걸. 같은 인간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랬기에 나는 더욱 당신이란 존재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까지도요.
나의 노래가 당신으로 끝맺을 때, 파도로 만들어진 별이 떠오를거에요.
작은 소라고둥에 우리의 목소리를 녹음해두고, 거친 파도 사이로 별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계속 반복해둘게요.
맞잡은 우리의 손 안에서 여름이 녹아내리고 있어요.
. . .
소년은 노래소리를 퍼트리고, 푸른 숨결을 내뱉는다.
켜켜이 일렁이는 눈동자가 에워싸고 있다. 모두가 바라는 신 님. 모두의 소원을 들어주고, 모두가 의지하는 신 님. 위대하고, 닿을 수 없는 존재.
네에, 저는 늘 경외와 두려움이 섞인 눈빛에 둘러싸여 살아왔어요. 으응~? 아니요~ 답답하지는 않았으니 괜찮아요..~ 답답하다는 감정도,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도.. 저는 배운 적 없었으니까요. 후후~..
함께 노래할 때 만큼은, 저는 신 님이 아니어도 괜찮았으니까요. 깡패랑, 당신이랑, 저랑.. 후후.. 둥실둥실..~ 예쁜 기억이 되었네요..
그래요, 가끔 바라본 빛무리가 일렁이고, 하얗게 두 눈이 멀어버릴 때면, 여전히 선명하게도 떠오른답니다. 주홍색과 분홍빛의 경계에 서있던 노을. 보석처럼 반사되는 해수면. 축축하게 다 젖은 머리칼이 피부에 달라붙는 감촉과, 조금 추웠던 바닷바람.. 그리고.. 바다를 옮겨놓은 것만 같은 당신의 색과 온도도요. 네에~ 맞아요, 마치 아름다운 인어 씨 같아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
녹아내리는 석양에 혀를 대고 맛본 것 마냥 뜨겁고, 부서지는 하늘을 머금은 것 마냥 위태로우며, 날카롭고, 서늘한 감각.
신 님이 되어도, 유성 블루로도, 그 누가 되어도 느끼지 못 했던 거예요..~ 확실히 생소하지만.. 나쁘지 않네요.
후후.. 저는 배웠답니다. 감정이란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다는걸요.. 그러니 이 느낌은 저만의 것. 그 누구도 대신 느낄 수 없어요. 네에~, 오롯이 제 것이지만, 전부.. 전부 낙야 씨가 준 거에요..~
차가운 바닷물이 몸을 감싸는 감촉. 전기에 감전되는 듯한 전율이 한차례 지나가고 나면, 세계가 고요해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기억은 조각조각 분할되어, 색도, 향도, 맛도, 전부 퇴색되어가고, 마치 오래된 필름의 한 장면마냥 남는다.
거센 파도가 어깨를 적시면, 소년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낙야 씨는.. 파도가 치는 날이면, 별 조각이 가끔 바닷가에 떨어진다는 전설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사실 그날, 저는 그 별이 떨어졌을까 찾아보러 바닷가에 간 거였어요. 정작 주운 건 사라질듯 빛나는 소라고둥 뿐이었지만..~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면 바다소리가 끊이지 않아요.
신기하네요..~ 바다를 담아둔걸까요? 하고 생각하던 중에 노래소리가 들려온거에요..
그러니까 저는 바닷가에서 노래하던 인어 씨에게 전설을 선물할게요~ 거기에다 제 파도의 별을 담아두었어요. 잘 찾아보지 않으면 떽, 이에요~? 키득..키득..~
부서진 조개껍질이 밟힌다. 날카로움에 베일듯 걸음을 옮기다보면 붉은 태양이 가라앉을듯 걸쳐있는 수평선에 닿을 듯 아슬아슬하다.
어릴적엔 가끔 멍하니 수화기에 대고 아무 말이나 중얼거리기도 했던가요..~ 깡패가 알려주기 전에는 그게 무엇인지도 몰랐지만요. 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슨 말이든 이야기해도 괜찮은 곳이 있다는 건 꽤 안심되는 기분이었던 것 같은데..
갈색머리의 다정한 친구에게서 듣고 달려간 바다는, 조금 더 춥고, 어두웠지만, 변함없이 여전한 광경을 비추고 있었다. 다정한 온도의 푸른 별이 서늘한 바닷가에 내려앉은 모습이 눈에 박혀왔다. 그곳에는 신도, 기인도, 괴물도, 그 무엇도 아닌.. 모두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애쓰던 상처받은 한 어린 소년이 노래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녀는 두어번 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짙고 무거운 물에 목소리는 삼켜져버려서 입술 새로는 공기방울만 나오는 악몽따위 이제는 족하다. 천천히 서로의 시선이 얽혀 들어가고, 소녀는 소년에게 노래소리를 얹는다. 호흡이 맞춰지는 순간, 시간은 멈춘 채, 서로에게 처음 닿았던 날과 서서히 겹쳐지고, 덧입혀진다.
. .
나의 바다, 오랜만에 다시금 녹슨 수화기를 들었어요.
처음으로 대답해보는 거지만.
...안녕, -들리나요?- ..-저와 함께 행복해질래요, 카나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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